음악과 집의 본질을 찾아서
어쿠스틱홈즈
우리에겐 각자의 목적이 있다.
음악을 하거나 대화를 하거나 쉬거나 하는.
그런데 가끔 우리는 거추장스러운
곁가지들 속에서 원래의 목적을 잃을 때가 있다.
어쿠스틱 홈즈는 바로 그럴 때
당신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글 조영상 / 사진 김보경, 유주현
어쿠스틱 홈즈는 어떤 공간인가요?
안녕하세요. 어쿠스틱 홈즈를 운영하고 있는 김우진입니다. 김촌장이라고 불립니다. 어쿠스틱 홈즈는 뮤지션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작가, 자연스러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카페와 숙박 시설, 아틀리에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카페는 뮤지션들의 놀이터로써 음악을 듣고 즐기며 일정에 따라 공연도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지요. 숙박 시설은 일반 예약자 및 공연팀들이 사용하고 있고, 아틀리에는 여러 작가분들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어쿠스틱 홈즈는 ‘날공간문화마중’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이름 그대로 좀 더 본질에 충실한 소통의 공간이 되고자 ‘소리마중’, ‘그림마중’ 이라는 이름으로 정기공연 및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모든 공간은 시멘트가 아닌 목재로 건축되었고, 기성 마감재 사용을 최소화하고 사람 손으로 다듬어 맞춰가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고 오래될수록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어쿠스틱 홈즈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이름은 좀 더 분명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업을 위한 것보단 공간의 의미를 잘 표현해주는 이름을 구상하던 중 ‘어쿠스틱’의 또 다른 뜻을 알게 되었죠. 전자적 장치로 비롯하지 않고 증폭되지 않은 생음악을 뜻하기도 하고, ‘음향적’이라는 뜻도 있더군요. 홈즈는 Home의 복수형으로, 문법에는 맞지 않는, 제가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House와는 다르게 따뜻한 감성이 머무는 고향 집과 같은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애정이 많이 담긴 공간이네요. 건축까지 이렇게 신경 쓰신 걸 보면요.
원래 전공이 건축입니다. 건축 일을 하다가 3D 애니메이션도 손을 대보았고, 온라인 통신 쪽도 일을 해봤어요. 전공과는 별 상관없이 순전히 생계를 위한, 적당히 재미있을 만한 일을 했죠. 그러다가 첫째 아들이 생겼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들이 커서 ‘아빠는 어떻게 살아왔어?’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줄 수 있을까 하고요. 또 어느 날은 산책하다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시간에 모두 TV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벗어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고민 끝에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제주에 내려와 이 공간을 만들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공간요.
계속 말씀해주세요.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수많은 공산품과 똑같은 방식의 일상을 살아야 하는 도시의 삶은 제게 맞지 않더라고요. 좀 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여지고, 들려지는 생활을 찾고 싶었고, 일반화된 곳과 떨어져 물리적인 거리감이 있고 자연의 풍요로움이 있는 제주의 환경 속에서 가장 나다운 일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가장 친밀하게 나를 이끌었던 음악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는 게 나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과 음악을 하는 사람, 더 나아가 문화를 만들고 영위하는 사람들의 순수성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어쿠스틱 홈즈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자본과 미디어, 유명세 등에 노출된 문화가 아닌, 본래의 성질을 회복하는 아티스트들의 공간을 만들어 저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싶었던 것이 계기인 것 같습니다.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으셨나요?
오픈 후 많은 아티스트들과 일반 손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중에 유명하신 분들도 있었고 이름 없이 활동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러 좋은 기억 중에 발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모인 무명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관객으로 참석하게 된 어떤 분이 즉흥적으로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바로 제주에 살고 계시는 장필순 님이었어요. 그때 노래하던 여성 보컬은 갑자기 어릴 적부터 존경하던 뮤지션과 함께 하는 무대가 만들어지자 노래를 부르다 말고 눈물을 흘렸는데, 그게 그렇게 기억이 나네요. 뮤지션과 관객 모두 음악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잖아요.
어쿠스틱 홈즈가 어떤 공간으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많은 분들이 제게 행복한지 묻습니다. 한 번도 스스로 질문해보지 않아서 답을 망설이다가 어느 날인가 생각이 떠올라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의 나는 단지 ‘원래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고요. 어디에도 완전한 행복은 없으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듯한 찜찜한 기분으로 콘크리트 속에서 공산품과 같은 일상을 사는 건 분명 우리들의 ‘원래의 삶’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나다운 생각과 꿈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 조그만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원래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어쿠스틱 홈즈는 그 ‘삶’이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