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e 'GREEN BLISS' 유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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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GREEN, ORGANIC COTTON
안녕하세요. 신우 디렉터님.
안녕하세요. 그린블리스를 운영하고 있는 유신우라고 합니다.
그린블리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그린블리스는 오가닉 코튼으로 부드럽고 감각적 디자인의 양말을 만드는 자연주의 브랜드입니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해요.
면에도 유기농이 있단 말씀이군요.
네. 오가닉 코튼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면을 말해요. 친환경 공정을 거쳐 제조되어 자극이 없고 건강한 면이죠.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3, 4년 전쯤에 디저트 카페를 준비하면서 시장조사차 태국에 며칠 머물렀어요. 예정된 기간보다 며칠 더 머물게 되어 가져온 양말은 모두 떨어진 상태였죠. 하는 수 없이 시장에 가서 가장 저렴한 양말을 사서 신었어요(당시만 해도 양말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은 저렴함이었으니까요). 더운 나라에서 스니커즈를 신고 걷다 보니, 땀 흡수 기능이 취약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양말의 기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요. 그날 양말 선택의 기준이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 역시 중요하단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이건 아마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웃음), 어느 날은 양말 서랍을 열었는데, 양말을 수십 켤레가 있는데 검정, 회색, 흰색밖에 없더라고요. 그때 ‘양말이 이렇게나 많은데 신고 싶은 양말은 없구나.’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신고 싶은 디자인의 좋은 소재의 양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좋은 소재의 양말은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에겐 꼭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오가닉 코튼은 무당벌레와 같은 익충을 통해 재배되기에 형광증백제(표백 효과 극대화를 위해 투입되지만, 피부 자극 우려가 있는 기능성 원료)의 수치가 매우 낮아요. 민감성 피부에 꼭 필요한 요소죠. 예전에 한 고객이 리뷰에서 자신은 ‘피부가 너무 민감해서 오가닉 코튼 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해 입는데, 국내에도 오가닉 코튼 브랜드가 생겨 너무 좋다’고 남겨주신 적이 있어요. 저 역시 아토피나 심각한 피부 질환은 아니지만, 민감한 피부를 가지고 있어 양말만 신으면 밴드 부분의 압박감 때문에 신고 있으면 늘 가렵고, 양말을 벗고 난 후 로션을 잔뜩 발라주어야만 했거든요. 그 고충을 이해하다 보니 기존 양말들의 문제점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계기로 제품 구상 과정에서 소재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압박감과 흘러내림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탄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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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가치 지향적 재활용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추구하다 보면 인쇄 그리고 포장에 대한 고민도 많겠어요.
아무래도 그렇죠. 최소한의 포장만으로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겠지만, 패킹 시 기본 정보 입력도 필요하고, 또 디자인적 요소도 멋스러워야 하니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생지에 콩기름을 사용한 패킹으로 조금이나마 환경에 해를 덜 주려 노력합니다.
일종의 가치 지향적 재활용이네요.
이게 좀 더 나은 방향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 탐스(TOMS)처럼 ‘One For One’(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한 켤레가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기부됨)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판매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양말은 (필요성에서)신발보다 스토리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됐어요. 그래서 열 켤레 판매 시 한 켤레(전체 판매수익의 10%)를 전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잘 전달해줄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던 ‘함께하는 사랑밭’에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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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하게 된다
‘동물자유연대’에는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거예요?
5년 전쯤 뉴스를 보는데, 구제역으로 돼지들이 생매장되는 영상이었어요. 그중 한 마리가 구덩이를 올라오려 안간힘을 쓰는데 포크레인 주걱이 그 돼지를 쳐내는 장면을 보게 된 거예요. 10초도 안 될 그 영상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동물의 삶에 관한 책,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접하며 조금씩 알아갔고, 자연스럽게 동물 보호에도 관심이 많아져 브랜드를 통해 동물자유연대에 적은 금액이나마 나누고 있습니다.
동물을 많이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강아지와 고양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티셔츠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사실 5년 전만 해도 길고양이들을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며 혐오했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점점 알아가다 보니 길고양이도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와 공존해 나가야 하는 동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짙어졌어요. 국립생태원장이신 최재천 교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을 빌리자면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알고 나니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환경과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패션 매거진 오보이에 매달 일러스트를 싣고 계신 김혜정 작가님의 강아지와 고양이 일러스트를 티셔츠에 담게 된 거예요.
동물자유연대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셨더라고요.
한 해 10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무심히 버려지고 한쪽에선 강아지 공장과 같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처음 동물자유연대와 컬래버레이션을 결심하게 된 건, 동물 보호 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보고 나서였어요. 슬로건을 이용해 제품 디자인을 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양말을 착용하면 누군가 그 양말을 보고 그러겠죠. “어? 너 양말 예쁘다. 근데 뭐라고 적힌 거야? Don’t buy, Adopt me? 이게 무슨 말인데?” 이런 식으로 조금씩이라도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1, 2차 디자인 판매 수익 700여만 원은 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 보호센터의 돌봄비로 전달하였고, 매년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 캠페인을 이어나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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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는 사소한 순간으로부터
동물자유연대 이외에도 그동안 많은 작가분과 협력해 오시는 걸 보면서 그린블리스란 브랜드는 확실히 독단적인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됐어요. 뭐랄까 ‘함께 간다’의 느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유독 자주 협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단순히 좀 더 잘해줄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그분들과 함께 만드는 게 더 좋다는 판단에서였어요. 제주를 콘셉트로 한 양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여행 몇 번 가본 게 전부인 저로서는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제주에 실제로 거주하며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최예지, 배중열 작가님과 비치코밍 창작집단 재주도좋아와 함께 작업하게 된 거예요. 사실 처음에 최예지 작가님께서 ‘오름’을 주제로 제안하셨을 때 ‘오름? 오름이 뭐지?’라고 생각하던 저였거든요. 그만큼 잘 몰랐어요. 그런 제가 지금은 제주를 무척 좋아하게 된 것도, 사람들이 많은 걸 포기하고서 제주로 이주하는 걸 이해하게 된 것도 모두 그분들과 작업을 하면서였어요. 좋아하는 게 자꾸 생기니 좋습니다. 가수 짙은 씨 같은 경우는 제가 짙은 씨의 ‘고래’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데, 어느 날 노래를 듣다가 양말 디자인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드렸고 함께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린블리스가 관심을 두는 단체나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요?
브랜드명에서도 나타나듯 가장 큰 영감을 받는 곳은 역시 자연이겠죠. 좋아하는 브랜드를 넘어 존경하는 브랜드를 꼽자면 ‘러쉬’와 ‘파타고니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환경에 해를 최소화하고 동물 학대를 하지 않으면서 최고의 제품까지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또 수익 일부를 소중한 가치를 알리고 보존하는 데 사용하고 있고요. 이 브랜드들에게는 상업적 언어가 아닌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라 수평적 리더십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같은 가치를 바라보는 그린블리스는 사회적 기업인가요?
저희는 사회적 기업은 아니에요.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지 않았고요. 저희는 영리기업입니다. 저희를 ‘착한’, ‘윤리적 브랜드’라는 표현으로 소개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희는 하고 싶은 방향으로 진행해온 것뿐이에요. 현재로썬 ‘착한’, ‘윤리적’이라는 틀에 갇히면 장점보단 단점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저희가 생각하는 소중함을 제품에 담는 데만 집중하려 해요.
앞으로가 기대돼요.
앞으로 계획된 일이 많습니다. 남녀공용으로 제작되는 지금과 달리 남성전용 라인을 따로 개발 중이고요. 제주 관련 디자인도 더 진행할 예정이에요. 크게 보면 언젠가는 자연 발생 에너지로 운영되는 양말 공장을 만드는 꿈도 가지고 있고요. 좀 더 많은 사람과 저희가 바라보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 양말 서랍을 여는 작고 사소한 순간이 만들어 낼 가치를 생각합니다. 예쁨과 편안함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며, 소중한 이야기를 담은 멋진 브랜드로 성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the bom volume 06 <새로운 쓰임에 관하여> '다음을 생각하는 마음' 중에서
글 라어진 / 사진 그린블리스 제공